야구장에서 가장 비싼 자리에 앉은 관중이 경기가 시작된 뒤에야 들어오고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뜬다면, 그 좌석을 가장 원한 사람은 누구였을까요? 울산외고 1학년 영어 지문은 마이클 샌델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What Money Can't Buy)』에서 바로 이 질문을 다루는 대목입니다.
핵심은 '돈을 가장 많이 내는 사람이 가장 원하는 사람'이라는 시장 논리를 필자가 어떻게 반박하는지입니다. 이 지문을 '시장은 틀렸고 줄 서기가 옳다'로 정리하면 틀립니다. 필자의 결론은 그보다 훨씬 조심스럽습니다.
※ 영어 인용: 마이클 샌델 『What Money Can't Buy: The Moral Limits of Markets』(2012) 1장 'Jumping the Queue' 가운데 시장과 줄 서기를 비교하는 대목 · 인용은 학교 지문을 따랐고, 분석에 필요한 짧은 문장만 인용했으며, 우리말 풀이는 모두 직접 옮긴 것입니다.
한눈에 보는 핵심 — 낼 수 있는 돈과 원하는 마음은 다릅니다
지문은 여섯 단계로 흘러갑니다. 상대의 주장을 먼저 소개하고 반박한 뒤, 예상되는 반론까지 막고 결론을 내립니다.
① 첫 문단은 필자의 생각이 아닙니다
지문의 극장은 필자가 이 장에서 다루는 뉴욕 센트럴파크의 무료 여름 셰익스피어 공연입니다. 줄을 선 사람에게 공짜 표를 주는데, 돈을 받고 대신 줄을 서 주는 사람과 표를 웃돈에 되파는 사람이 끼어들어 논란이 됐습니다. 지문은 이것을 막지 말자는 자유 시장 옹호론자의 반론으로 시작합니다.
그들의 논리는 세 걸음입니다. ① 공연의 즐거움을 최대로 만들려면 표는 그 공연을 가장 높이 평가하는 사람에게 가야 한다. ② 가장 높이 평가하는 사람은 가장 많은 돈을 내려는 사람이다. ③ 그러니 시장이 받아 주는 값에 팔든 줄 대행인과 암표상의 재판매를 허용하든, 시장에 맡겨야 가장 즐거워할 관객으로 객석이 찬다.
첫 문장이 might reply(이렇게 반박할 수도 있다)로 시작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첫 문단은 필자의 생각이 아니라 필자가 무너뜨릴 상대의 주장이고, 필자가 공격하는 고리는 세 걸음 가운데 ②입니다.
② 반박의 열쇠 — 낼 '의사'와 낼 '능력'은 다릅니다
둘째 문단은 "But this argument is unconvincing."으로 방향을 틉니다. 사회 전체의 효용을 최대로 하는 것이 목표라 해도, 시장이 줄보다 그 일을 더 확실하게 해낸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죠. 이유는 한 문장에 담겨 있습니다.
"This is because market prices reflect the ability as well as the willingness to pay." 시장 가격에는 돈을 내려는 의사(willingness)뿐 아니라 낼 수 있는 능력(ability)도 반영된다는 뜻입니다. 이 문장은 셋째 문단의 Since로 시작하는 문장에서 거의 그대로 한 번 더 나옵니다. 필자가 두 번 되풀이할 만큼 지문 전체를 받치는 근거입니다.
숫자로 바꿔 보면 쉽습니다. 공연을 너무 보고 싶지만 가진 돈이 3만 원뿐인 학생과, 별 관심은 없어도 10만 원쯤 쉽게 쓰는 사람이 있다고 해 봅시다. 시장에서는 10만 원을 낸 사람이 표를 가져가고 '더 원하는 사람'으로 기록됩니다. 그러나 차이를 만든 것은 원하는 마음이 아니라 지갑의 크기입니다.
필자는 자기 경험으로 이를 보여 줍니다. 야구장의 비싼 좌석 관중은 늦게 와서 일찍 떠나는 경우가 많아, 그들이 야구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의문이 든다는 것이죠. 홈플레이트 바로 뒤 좌석을 살 수 있는 능력은 경기에 대한 열정보다 "the depth of their pockets", 곧 주머니의 깊이(재력)와 더 관련이 있을지 모른다고 꼬집습니다. 반대편에는 박스석을 살 형편은 안 되지만 선발 선수 전원의 타율을 줄줄 외는 팬들, 특히 어린 팬들이 있습니다.
필자는 이것이 익숙하다 못해 뻔한 지적이라고 먼저 인정한 뒤, 그 뻔한 사실이 '시장이 언제나 줄보다 낫다'는 경제학자의 주장을 흔든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줄을 서려는 의지가 누가 정말 가고 싶어 하는지 더 잘 보여 줄 수 있다고 덧붙입니다. In some cases와 may가 붙어 있다는 점을 꼭 보세요.
③ 반론까지 막는 구조 — 줄 서기도 '차별'한다?
표 되팔기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줄 서기가 자유 시간이 가장 많은 사람에게 유리하다고 불평합니다. 필자의 대답은 "That's true, but only in the same sense", 맞는 말이지만 시장이 돈 많은 사람에게 유리한 것과 같은 뜻에서만 그렇다는 것입니다. 먼저 인정하고(양보) 같은 잣대를 시장에 돌려줍니다.
| 기준 | 시장 | 줄 서기 |
|---|---|---|
| 무엇으로 나누나 | 낼 능력과 낼 의사 | 기다릴 능력과 기다릴 의사 |
| 누구에게 유리한가 | 돈이 가장 많은 사람 | 자유 시간이 가장 많은 사람 |
| 놓치는 사람 | 간절해도 돈이 없는 사람 | 간절해도 시간이 없는 사람 |
| 필자의 판단 | 기다리려는 의지보다 가치를 더 잘 잰다고 볼 이유가 없다 | 어떤 경우에는 누가 정말 원하는지 더 잘 보여 줄 수 있다 |
결론은 이렇습니다. 효용을 최대로 하자는 공리주의 논리로 시장을 편드는 주장은 highly contingent, 곧 상황에 크게 좌우됩니다. 가장 원하는 사람에게 물건이 가게 하는 일을 시장이 해낼 때도 있고, 줄이 해낼 때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 나은지는 "an empirical question, not a matter that can be resolved in advance by abstract economic reasoning", 경우마다 실제로 따져 봐야 할 문제이지 추상적인 경제 논리로 미리 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죠.
둘째 문단 둘째 문장의 Even if 구절도 같은 맥락입니다. 필자는 효용을 최대로 하자는 목표를 일단 받아들인 채, 그 목표로 따져도 시장이 늘 이기지는 않는다고 반박합니다. 상대의 잣대 안에서 싸우는 논증입니다.
④ 어법·구문, 이 세 문장은 꼭 보세요
1) "This is because market prices reflect the ability as well as the willingness to pay."
This is because 뒤에는 원인이 옵니다. 결과가 오면 This is why입니다. A as well as B는 'B뿐 아니라 A도'라서 강조점은 앞의 the ability에 있습니다. 둘을 바꾸면 '능력뿐 아니라 의사도'가 되어 필자가 하려는 말과 어긋납니다.
2) "This makes me wonder how much they care about baseball."
사역동사 make + 목적어 + 동사원형이라 wonder가 맞습니다(to wonder ✗). how much 뒤는 주어 + 동사 어순의 간접의문문입니다(how much do they care ✗). they는 비싼 좌석에 앉은 사람들입니다.
3) "That's true, but only in the same sense"
only가 인정의 범위를 '같은 뜻에서만'으로 좁히고, 뒤따르는 that절이 그 뜻(시장도 돈 많은 사람에게 유리하다)을 풀어 줍니다. 양보 뒤에 but이 오면 필자의 진짜 말은 but 뒤에 있습니다.
그 밖의 구문:
- let ~ operate — let + 목적어 + 동사원형. 뒤의 either by -ing ~ or by -ing ~은 병렬이고, allow + 목적어 + to부정사
- do so — 둘째 문단 둘째 문장의 do so는 maximize social utility를 대신하는 대동사
- claim that — 경제학자의 주장 뒤에 완전한 문장이 오는 동격 that(관계대명사 ✗)
- As markets allocate ~ — 이때 As는 '~하듯이'. 뒤 절이 queues로 같은 틀을 되풀이하는 대구
- markets do get — do는 동사 get을 강조. 이어지는 queues may do so의 do so는 그 일을 대신
- Whether절 주어 — 마지막 문장은 Whether절 전체가 주어라 단수 is(이 자리에 if ✗)
시험엔 이렇게 나옵니다
출제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묻기 좋은 지점은 이렇습니다.
- 주제·요지 — 시장 가격은 낼 능력도 반영하므로 누가 가장 원하는지 보여 주는 불완전한 지표이고, 시장과 줄 서기 중 무엇이 나은지는 경우마다 따져야 한다
- 첫 문단의 정체 — 필자의 주장이 아니라 반박당할 상대의 주장(might reply). 첫 문단을 요지로 고르는 선택지가 함정
- 함정 선택지 — '줄 서기가 시장보다 낫다'(때로는 더 나은 지표일 수 있을 뿐) · '시장은 효용을 높이지 못한다'(Sometimes markets do) · '시간 많은 사람에게 유리하다는 비판은 틀렸다'(That's true) · '경제 논리는 쓸모없다'(미리 정할 수 없다는 것) · '비싼 좌석 관중은 야구를 싫어한다'(얼마나 좋아하는지 의문일 뿐)
- 지칭 — them(첫 문단: tickets) · they·their(비싼 좌석 관중) · ones(fans) · it(셋째 문단: 이 익숙한 지적)
- 빈칸·함축 — the depth of their pockets(재력), willingness to wait, highly contingent, an empirical question
- 연결어·문장 삽입 — 반박의 But, 예시의 for example, 양보 후 반박의 That's true, but, 결론의 So
- 요약문 완성 — 시장은 낼 (ability)와 (willingness), 줄 서기는 기다릴 (ability)와 (willingness)로 나눈다 → 어느 쪽이 나은지는 (empirical) 문제
- 어법 — This is because와 This is why, A as well as B, make + 원형과 간접의문문, whether절 주어 + is, 동격 that, As(~하듯이), 강조 do와 대동사 do so
- 어휘 — bear, pack the house, derive, scalper, bidder, utility, afford, cast doubt on, discriminate in favor of, allocate, contingent, empirical
공부 순서를 권합니다. ① 시장 옹호론의 세 걸음을 적고 필자가 공격하는 고리에 표시하고, ② ability와 willingness가 함께 나오는 문장 두 곳에 밑줄을 그은 뒤, ③ 시장·줄 서기 표를 빈칸으로 만들어 채워 보세요.
함께 보시면 좋은 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서론 지문 정리(같은 책의 문제의식) · 고1 관심 경제 지문 정리(무엇이 사고팔리는가) · 고2 공유지의 비극 지문 정리(개인의 이익과 모두의 손해) · 고2 프랑켄슈타인 5장 지문 정리(간절히 원하던 것을 얻은 뒤)
울산외고 영어, 클레버 영어와 함께
클레버 영어는 울산 옥동에서 울산외고 내신과 수행평가를 전문으로 지도합니다. 수업에서는 이런 논증형 지문에서 필자가 상대의 주장을 어디까지 인정하고 어디서 반박하는지 문장 단위로 함께 짚고, 시험 범위가 발표되면 AI 기반 문제 제작 시스템으로 그 범위의 연습 문제를 바로 만들어 풀어 봅니다. 수업이나 상담이 궁금하시면 전화로 편하게 문의해 주세요.
클레버 영어 홈페이지 → ☎ 010-9651-8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