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친구가 몇백 명이어도 정말 가깝게 아는 사람은 150명 안팎이고, 아파 누워 있을 때 수프 한 그릇을 들고 와 줄 사람은 그중에서도 몇 명뿐입니다. 울산외고 1학년 영어 지문은 이 차이를 파고듭니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가 쓴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21 Lessons for the 21st Century)』 5장 '공동체(Community)'를 바탕으로 한 글입니다.
다만 'SNS는 해롭다'로만 정리하면 위험합니다. 필자가 양보를 두 번이나 한 뒤에야 반박하기 때문입니다. 점수가 갈리는 곳은 그 양보 뒤의 주장, 그리고 다섯째 문단을 여는 세 단어 "Humans have bodies."(사람에게는 몸이 있다)입니다.
※ 원저: Yuval Noah Harari, 『21 Lessons for the 21st Century』(2018) 5장 'Community: Humans Have Bodies'. 학교 지문은 원문 문장을 다듬어 고쳐 쓴 버전이라(예: 원서의 'Facebook friends'가 지문에서는 'online friends') 영어 인용은 학교 지문을 따랐습니다 · 분석에 필요한 짧은 문장만 인용했으며, 우리말 풀이는 모두 직접 옮긴 것입니다.
한눈에 보는 핵심 — 연결은 늘었는데 왜 더 외로울까
여섯 문단이 한 단계씩 맡습니다. 앞의 두 문단은 문제, 가운데 두 문단은 온라인이라는 해법의 검토, 마지막 두 문단은 결론입니다.
① 150명, 그리고 '상상의 공동체'
첫 문장부터 대조입니다. 21세기에 사람이 신으로 업그레이드될지도 모르지만, 지금의 우리는 여전히 '석기 시대 동물(Stone Age animals)'이라는 것이죠. 몸과 마음이 아직 수십 명 단위의 무리 생활에 맞춰져 있어서, 잘 살려면 서로를 실제로 아는 작은 공동체가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150은 영국 인류학자 로빈 던바(Robin Dunbar)의 연구로 알려진 '던바의 수'입니다. 그래서 '온라인 친구가 아무리 많아도'라는 단서가 붙고, '인터넷 덕분에 가깝게 아는 사람이 늘었다'는 내용 불일치가 됩니다.
둘째 문단에 따르면 지난 두 세기 동안 이런 공동체가 무너졌고, 그 빈자리를 국가·정당·대중 운동 같은 상상의 공동체(imagined communities)로 채우려는 시도는 끝내 다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수백만 명의 국가도 친구 한 명의 따뜻함은 줄 수 없으니까요. ('상상의 공동체'는 정치학자 베네딕트 앤더슨이 국민을 가리켜 쓴 말입니다.) 그 결과가 "ever lonelier lives on an ever more connected planet"(점점 더 연결되는 행성에서 점점 더 외로워지는 삶)이라는 역설입니다. 연결과 친밀함은 다르다는 이 구별이 지문 전체의 열쇠입니다. 둘째 문단은 우리 시대 사회·정치적 혼란의 상당수가 이 병폐(this malaise), 곧 이 외로움에서 비롯된다는 말로 끝납니다.
② 양보가 두 번, 주장은 Yet과 however 뒤에
셋째 문단에서 필자는 기술 기업들이 온라인에서 공동체를 다시 세우겠다고 나선 것이 놀랍지 않다며, 그들의 문제의식부터 인정합니다. "The problem they name is real", 그들이 짚는 문제는 실재하고 그 포부도 시의적절하다는 것이죠. 원서에서 이 대목은 2017년 페이스북 마크 저커버그의 '글로벌 공동체' 선언을 다루는데, 학교 지문은 이를 '기술 기업'으로 넓혀 썼습니다.
주장은 Yet 뒤에 옵니다. 온라인에서 시작한 공동체라도 "must still strike roots in the offline world if it is ever to flourish", 곧 번성하려면 오프라인에 뿌리를 내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시험대도 구체적입니다. 정부가 내일 인터넷을 끊는다면 그 공동체는 하룻밤 새 사라질까요, 메시지 한 통 없이도 다시 모여 시위를 조직할까요? 학부모님도 적용해 보실 수 있습니다. 아이 반의 단체 대화방이 사라져도 얼굴을 보고 다시 모일 수 있는 관계라면, 필자의 기준에 맞는 공동체입니다.
넷째 문단은 양보를 한 번 더 합니다. 온라인이 오프라인 공동체를 키운다는 말은 '가끔은' 맞지만, 많은 경우 온라인은 오프라인을 희생한 대가로(at the expense of) 얻어진다는 것입니다. 물리적 공동체의 깊이를 말할 때도 "at least not in the near future"(적어도 가까운 미래에는)라는 단서를 붙이니, '가상 공동체는 앞으로도 영원히 그 깊이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과장입니다. 아플 때 세계 곳곳의 친구들은 몇 시간이고 이야기해 줄 수 있어도, 수프 한 그릇을 가져다주거나 침대 곁에 말없이 앉아 있어 줄 수는 없습니다. 온라인이 주는 것은 '말', 오프라인이 주는 것은 '곁에 있는 몸'입니다.
③ 결론은 '몸', 공유보다 연결
다섯째 문단의 첫 문장 "Humans have bodies."는 원서 5장의 부제이기도 합니다. 지난 한 세기 동안 기술은 우리를 몸에서 떼어 놓았고, 화면에 빠져드는 사이 냄새와 맛에 주의를 기울이는 능력이 닳았습니다. 다른 대륙의 사촌과 이야기하기는 어느 때보다 쉬워졌는데, 아침 식탁 맞은편 사람과 이야기하기는 어느 때보다 어려워졌습니다. 둘째 문단과 짝을 이루는 두 번째 역설입니다.
여섯째 문단은 두 동사를 맞세웁니다. 소셜 미디어는 경험을 공유할(share) 힘을 약속하지만, 정말 필요한 것은 그 경험과 연결될(connect with them) 도구일지 모른다는 것이죠. 이 them은 남들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경험입니다. 신나는 일이 생기면 휴대폰을 들고, 찍고, 올리고, 낯선 사람들의 평가를 기다리는 사이 정작 내 감정은 알아채지 못하고, 점점 남들의 반응이 내 감정을 정하게 됩니다. 결론은 몸과 주변에서 멀어진 사람은 방향을 잃기 쉽고, 자기 몸에서 편안하지 못한 사람은 세상에서도 편안하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④ 어법·구문, 이 세 문장은 꼭 보세요
1) "Were a government to shut down the internet"
가정법 미래 were to에서 if를 생략하고 도치한 형태로, 원래는 If a government were to shut down ~입니다. '혹시라도 ~한다면'처럼 가능성이 낮은 미래를 가정하고, 주절은 would + 동사원형(would ~ evaporate)입니다. If를 남긴 채 도치하면(If were a government ✗) 틀립니다. if 없이 다시 쓰게 하는 서술형으로도 좋습니다.
2) "the person seated across the breakfast table, whose eyes"
seat는 '앉히다'라는 타동사라서 앉아 있는 사람은 과거분사 seated로 씁니다(seating ✗). whose는 '그 사람의 눈이'라는 소유격 관계대명사로, who나 which로 바꾸면 틀립니다.
3) "whoever is not at home in his own body will never be at home in the world"
요지가 담긴 마지막 문장의 뒷부분입니다. whoever(= anyone who)부터 body까지가 주어, will never be가 동사입니다. 사람을 가리키므로 whatever ✗. be at home in은 '~에서 편안하다'라서 '집에 있다'로 옮기면 뜻이 무너집니다.
그 밖의 구문:
- "Deprived of such groups" — 수동 분사구문(If humans are deprived of ~). Depriving ✗
- "see humans upgraded into gods" — see + 목적어 + 과거분사. 사람이 업그레이드'되는' 관계
- replace A with B — A(작은 집단)를 빼고 B(상상의 공동체)를 넣는 것. 방향을 거꾸로 읽으면 내용 불일치
- "if it is ever to flourish" — be to 용법 중 '의도'(번성하려면)
- "never been easier ~ and never harder" — 부정어 + 비교급 = 최상급의 뜻
- "reach for ~, photograph ~, post ~, and await ~" — to 하나에 동사원형 네 개가 나란히(photographing ✗)
시험엔 이렇게 나옵니다
출제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묻기 좋은 지점은 이렇습니다.
- 주제·요지 — 몸을 가진 인간에게는 서로 아는 공동체가 필요하고, 온라인 공동체도 오프라인에 뿌리를 내려야 한다
- 필자의 태도 — 기술 기업의 문제 진단은 인정(양보), 온라인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입장. 'SNS를 끊어야 한다'·'온라인 공동체는 가치가 없다'는 필자가 하지 않은 말이라 함정
- 함축 의미·빈칸 — Stone Age animals, imagined communities, an ever more connected planet, strike roots, at home in the world
- 지칭 — this malaise(외로움과 소외), the two(온라인과 오프라인), them(우리 자신의 경험)
- 내용 일치 — 150명은 '친밀하게' 아는 수 · 공동체 해체는 '지난 두 세기' · 온라인이 오프라인을 키우는 건 '가끔' · 깊이 차이는 '적어도 가까운 미래에는'
- 어법 — Were ~ to 도치, seated와 whose, whoever, Deprived, replace A with B, be to 용법, 동사원형 병렬
- 어휘 — yet, boast, malaise, name, strike roots, attend to, verdict, estranged, at home
공부 순서를 권합니다. ① 여섯 문단을 표처럼 '전제 → 문제 → 양보와 주장 → 근거 → 원인 → 결론'으로 나눠 한 줄씩 요약하고, ② 두 번의 양보와 두 개의 역설을 지문에 직접 표시한 뒤, ③ 마지막 문장을 보지 않고 영어로 써 보세요. 원서는 문장이 학교 지문과 다르니, 시험 대비는 학교에서 받은 지문으로 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함께 보시면 좋은 글: 고2 공유지의 비극 지문 정리(개인과 공동체를 다른 각도에서 다룹니다) · 고1 What Is Poetry 정리(시가 경험에 '참여'하게 한다는 대목과 겹쳐 읽기 좋습니다) · 고1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정리 · AI는 친구를 대신할 수 있을까?
울산외고 영어, 클레버 영어와 함께
클레버 영어는 울산 옥동에서 울산외고 내신과 수행평가를 전문으로 지도합니다. 수업에서는 이런 글에서 양보 뒤에 오는 필자의 주장과 시험에 나오기 좋은 구문을 문장 단위로 함께 짚고, 시험 범위가 발표되면 AI 기반 문제 제작 시스템으로 그 범위의 연습 문제를 바로 만들어 풀어 봅니다. 수업이나 상담이 궁금하시면 전화로 편하게 문의해 주세요.
클레버 영어 홈페이지 → ☎ 010-9651-8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