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외고에 보내려는 학부모님께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있습니다. "지금 중학생인데, 외고 가서 내신 잘 받으려면 뭘 미리 해두면 좋을까요?" 좋은 질문입니다. 외고에 합격하고도 첫 시험에서 무너지는 아이가 있고, 끝까지 흔들리지 않는 아이가 있는데 — 그 차이는 대부분 '중학교 때 무엇을 쌓아 왔는가'에서 갈리기 때문입니다.
핵심부터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중학교 영어 A등급은 '암기'로 가능하지만, 외고 내신은 '실력'을 요구합니다. 그래서 중학교 때 점수만 좋았던 아이는 외고에서 흔들리고, 점수 뒤에 실력을 함께 쌓은 아이는 살아남습니다. 그 '실력'이 무엇인지를 네 가지로 나눠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1. 어휘 — '시험 범위 단어'가 아니라 '쌓이는 어휘'로
중학교 영어 단어는 시험 직전에 범위만 외워도 점수가 나옵니다. 시험이 끝나면 잊어버려도 큰 문제가 없지요. 하지만 외고 내신은 교과서를 넘어 부교재와 영어 원서 지문까지 범위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 '그때그때 외우는 단어'로는 따라갈 수 없는 양이 됩니다.
그래서 중학교 때부터 단어를 누적해서 쌓아야 합니다. 매일 일정량을 외우되 지난 단어를 계속 다시 보는 방식이어야 합니다. 한 가지 더 — 단어를 한국어 뜻 하나로만 외우지 말고, 예문 속에서, 가능하면 영영 뜻으로 익히는 습관을 들이면 외고에 가서 빛을 발합니다. 외고 서술형은 같은 뜻을 다른 단어로 바꿔 써야 하는데, 뜻을 '하나'로만 외운 아이는 바꿀 카드가 없기 때문입니다.
2. 문법 — '풀이용 문법'이 아니라 '쓰기 위한 문법'으로
대부분의 중학생은 문법을 '객관식 문제를 맞히기 위해' 공부합니다. 틀린 것을 골라내는 연습이지요. 그런데 외고 서술형은 문법을 직접 '써서' 증명해야 합니다. "주어진 구문을 포함해서, 지정된 시제로, 정해진 단어 수에 맞춰 쓰시오" 같은 조건이 붙습니다.
그래서 중학교 때 문법을 배우면 거기서 끝내지 말고, 그 문법으로 직접 문장을 만들어 보는 데까지 가야 합니다. 관계대명사를 배웠으면 관계대명사가 든 문장을 직접 써 보고, 분사구문을 배웠으면 직접 만들어 보는 식입니다. '아는 문법'과 '쓸 수 있는 문법'은 다릅니다. 외고가 요구하는 것은 후자입니다. 외고 서술형이 실제로 어떤 조건을 거는지는 이 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3. 독해 — '짧은 지문 정독'에서 '긴 글 읽기 체력'으로
중학교 시험 지문은 대체로 짧습니다. 한 문장씩 꼼꼼히 해석하면 풀립니다. 하지만 외고 내신과 수능 지문은 길고, 한 시험에 그런 지문이 스무 개 가까이 나오기도 합니다. 해석은 되는데 시간이 모자라 뒤 문제를 못 푸는 일이 흔하지요.
이건 시험 직전에 만들 수 없는 능력입니다. 중학교 때부터 긴 글을 끝까지 읽어내는 '읽기 체력'을 길러야 합니다. 영자 신문의 쉬운 기사나, 자기 수준보다 살짝 어려운 영어 원서를 꾸준히 읽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이때 모든 단어를 다 찾지 말고 맥락으로 의미를 짐작하며 끝까지 읽는 연습을 해 두면, 외고에 가서 긴 지문 앞에서 당황하지 않습니다.
4. 쓰기 — 외고 서술형의 핵심 '바꿔 쓰기'를 미리 시작합니다
외고 내신 상위권을 가르는 단 하나의 능력을 꼽으라면 패러프레이즈(paraphrase) — 같은 뜻을 다른 표현으로 정확하게 바꿔 쓰는 힘입니다. 본문을 통째로 외워 옮겨 적는 방식은 외고 서술형에서 통하지 않습니다.
다행히 이건 중학교 때부터 조금씩 연습할 수 있습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읽은 글을 영어 한 문장으로 요약해 보기, 한 문장을 같은 뜻의 다른 문장으로 바꿔 써 보기. 처음엔 어색해도, 이 훈련이 쌓인 아이는 외고에 가서 서술형을 '새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하던 것을 잘하는' 상태로 시작합니다. 출발선이 다릅니다.
그래서, 중학교 때는 '점수'가 아니라 '실력'을 쌓아야 합니다
정리하면, 외고 내신을 잘 받는 아이는 중학교 때 누적되는 어휘, 쓸 수 있는 문법, 긴 글 읽기 체력, 바꿔 쓰는 힘 — 이 네 가지를 미리 쌓아 둔 아이입니다. 이것들은 중학교 시험 점수표에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외고에 가는 순간 등급을 가릅니다. 왜 중학교 때 잘하던 아이가 외고에서 흔들리는지는 이 글에 더 자세히 정리해 두었습니다.
클레버 영어는 울산 옥동에서 울산외고 학생들을 직접 지도하면서, 외고 시험이 실제로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가장 가까이에서 봐 왔습니다. 그래서 예비 외고생에게도 외고 내신에서 정말 필요한 네 가지를 거꾸로 짚어 미리 준비시킵니다. 단어 암기로 끝나는 수업이 아니라, 읽고 쓰고 바꿔 쓰는 훈련까지 가는 수업입니다. 아이가 외고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 지금 중학교 시기에 무엇을 쌓고 있는지부터 한번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